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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01. 모험의 시작

챕터 02. 바다의 검객


 "여, 마츠루. 요즘은 검술 연습 안하나? 하하"

 "이, 입 다물ㅇ.. 우웩"

 "낄낄, 큭. 배에 오를 때만 해도 폼이란 폼은 다잡더니 몰골이 말이 아니고만, 애송이."


저놈의 애꾸눈.. 남은 눈알도 뽑아버릴까 보다, 으아아아.


배 멀미가 심한 마츠루. 일본 특유의 검을 차고 갑판 구석에서 열심히 토악질을 하는 그는 왜 배를 타고 있는 걸까. 어딜 가길래 망망대해를 향해 나아가는 것일까?

배 멀미를 앎에도 배를 올라타야 할 이유가 있었던 건지, 그냥 멀미하는 줄도 모르도 대뜸 올라 탄건지 한ㅂ..윽 드러



탱.

고음의 울림이 발생하며 얇은 무언가가 날아간다. 

검은 도신에 전체적으로 살짝 휜, 전형적인 동방 섬나라의 전통 도다.


 "마츠루 어깨에 힘을 빼라지 않았나. 어깨에 힘이 들어가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예, 사부님."

 "또 카타나는 검이 아니라 도이다. 너는 너무 찌르는 동작이 많구나. 도는 베어 넘기는데에 특화된 무기. 날의 모양부터 다르다. 이점 명심하고 잘 숙지하도록 하거라."

 "예."

 "잡 생각도 드는 듯 행동이나 반응도 전체적으로 굼뜨고, 쯧. 몇 년간 뭘 배운게냐."

 "..."

 "슬슬 해가 지는듯 하니 몸을 정결히 추스리고 식사준비를 해오너라."

 "수고하셨습니다, 사부님."


말씀은 저렇게 하시지만 일부러 저러시는 걸 알기에 기분이 상하지는 않는다. 내가 나약함을 버리고 도를 연마하여 사부와 동등 혹은 그 이상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혹독하게 하시는 걸 알기에.

나는 언제나처럼 재빠르게 냇가에서 씻고 미리 쳐둔 어망을 건져올려 이상하게 오늘은 물고기가 별로 잡히지 않았다. 새벽에 한번 더 낚아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나마 잡힌 물고기 중 적당한 놈을 두 마리 꺼냈다.

남은 작은 물고기는 풀어주고 두 마리 물고기는 겉에 양념을 잘 발라서 굽고 미소시루(된장국)을 준비했다. 

이제 물고기를 타지 않게 잘 구워서 올리고 미소시루를 떠서 사부님께 식사를 올리면 된다.


아니, 그럴 터였을 텐데...


갑자기 무언가 타는 냄새가 났다. 뒤를 돌아보니 경사 아래에 있는 사부님과 살고 있는 집이 매캐한 연기를 뿜으며 타오르고 있었다.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밥상을 밀쳐내고 정신없이 달렸다. 달려 내려갔을 땐 이미 집 전체가 타오르고 있었다. 자연적으로는 이렇게 빨리 붙을 수가 없다.

누군가 일부러 노린 것 같다. 대체 왜? 하는 의문은 잠시, 우선 사부님을 찾아 피하는 것이 먼저다. 

 

 "사부님! 어디계세요? 어서 빠져나오세요, 그러다 죽겠어요!"


아무리 불러도 사부님은 대답이 없으셨다.

이미 빠져나오셨는지 안에 갇히신 건지 알 길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수풀이 흔들리더니 사람 몇이 튀어나왔다.

 

 "호오, 가마모토 녀석 제자라는 애송이는 집에 없었나?"


저자가 분명하다. 나와 사부님의 집을 불태우고 사부를 죽게한 자가 분명하다. 죽이고 싶다, 죽여야 한다, 죽일 것이다. 사부님에 대해 복수를 하고 싶었지만 나의 머리는 점점 차가워져 가고 있다.

평소 사부님과 대련할 때는 되지 않던 것이 사부님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지금 잡생각을 떨치고 냉정하져 가고 있다.

적어도 지금의 내 실력으로는 복수는 커녕 개죽음 밖에 되지 않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함정들을 교묘히 이용하면 충분히 도망칠 수 있을지 모른다.

기회는, 지금이다!


 "하, 네깟 놈이 도망을 치다니. 그래 뭐 죽기전 애교로 어디 재롱이나 한번 보여 보거라. 쫒아라!"


역시 그들은 숙달된 사무라이들이었다. 별 힘을 들이지 않는 것 같은데 나와의 거리는 점점 좁혀져 가고 있다. 하지만 그 웃음도 얼마 가지 못했다.

내가 산속으로 들어가고 부터 일은 시작되었다. 평소 동물들을 잡는데 썼던 함정들로 그들을 유도했다. 내가 어린걸 보고 방심하던 그들은 함정을 밟았다.

하지만 숙련자는 숙련자였다. 아무리 방심했다지만 첫번째 함정에서 단 두명. 그나마도 한명은 도중에 밧줄을 잘라 탈출했다. 나에게 유리한 점은 이곳의 지리와 나에 대한 방심인데 둘다 글렀다.

저들은 전처럼 빠르지는 않지만 함정을 조심하면서 나를 추격할 것이다. 


 "젠장, 복수도 못했는데 이렇게 죽는 건가.."


그럴 순 없다. 내가 죽더라도 복수는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나로썬 한명이라도 동귀어진을 한다면 다행이다. 


 "사부... 죄송합니다. 사부님, 당신의 복수는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사부를 죽인 자들을 복수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이 앞서 흐른다. 최대한 도망치지만 이후로 그들은 자연스레 함정을 피하거나 베어 넘기면서 쫒아왔고 거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사부, 금방 뒤따라가겠습니다. 사부...사..부?"


저 멀리 많이 본 도검이 보였다. 점점 가까워지니 의상과 얼굴도 눈에 익었다.

머리가 숭숭 빠진 백발에 늘 즐겨 입으시던 파란 배경에 황새 그림의 상의.


 "사부!"


그 소리에 나를 쫒아오던 자들도 놀란 양 그 자리에서 주춤거렸고 나는 그 틈에 사부님께 달려갔다.


퍽.


 "예끼, 욘석아. 사부님이라고 부르랬지. 님 자는 집이랑 같이 태워먹었냐?"

 "사부, 아니 사부님. 어디 다치신 데는 없는 거죠? 그쵸?"


사부님이 살아있다는 생각에 참고 있던 눈물이 쏟아져 흐른다.


 "허, 참나. 내가 걱정이 되기는 했나 보구만."

 "당연한 거 아닙니까? 당신은 제 하나뿐인 사부이자 부모와 같은 존재입니다. 걱정은 당연한 겁니다!"


퍽.


 "당신에 사부에 아주 난리구만."

 "윽.. 그 정도는 좀 봐줘도 되지 않습니까? 상황이 상.."


퍽. 


 "그래도 정신 못 차리네."

 "잡담은 그만 하고 죽어줘야겠는데.. 가마모토, 그리고 애송이."


그때 어느새 도착했는지 대장격으로 보였던 그 자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죽긴 누가 죽는다는 거냐, 애송이 우마다."


우마다.

우마다 하야오.

그는 사부가 매일같이 자랑하던 제자이름일 터였다. 그리고 저자가 그 이름이 자신이라며 거론한다. 동명이인인가?

사부님은 씁쓸하듯 바라보며 입을 여셨다.


 "어서오너라, 우마다."

 "호오, 역시 살아 있을거라 생각했지. 그런데 우리가 그런 인사를 주고 받을 사이였던가?"

 "여전히 스승에 대한 예의는 쥐꼬리만큼도 없구나. 네 녀석이나 이 녀석이나 내 제자란 것들은.. 쯧"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사부님이 입이 트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은 제자가 저자라니. 대체 왜 사부님을 죽이려 하냔 말이다. 

대체 나와 만나기 전 사부님께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무슨 일이기에 제일 제자라는 자가 사부님을 죽이려 드는 걸까?


 "마츠루."

 "예, 예, 사부님"

 "바다보다 깊고 넓은 마음을 가지고 후지 산처럼 신념이 우뚝 선 검객이 되겠다고 약속하겠느냐?"

 "에?"


퍽.


 "에는 무슨 에야, 이 녀석아. 약속할거냐 말거냐! 바다보다 깊은 심성, 넓은 마음씨, 산처럼 우뚝 선 신념과 하늘처럼 높은 기상을 가진 훌륭한 검객이 되겠다고 약속해라, 어서."

 "약속합니다. 맹세코, 그런 검객이 될 것입니다."


약속하겠다는 나의 다짐을 받자 사부는 품에서 누르스름한 천을 꺼내 내게 넘겨주었다. 

넘겨주려는 순간 우마다는 눈을 번뜩이며 천을 빼앗으려 하였지만 사부님의 검에 막혀 몸을 뒤로 내뺐다. 


 "크윽. 할아범이 힘 하나는 무식하게 오래가네."

 

그러든 말든 사부님께서는 마저 천 조각을 건네며.


 "그 천 쪼가리에 적힌 곳에 가면 내가 일평생 모아둔 보물이 있다. 너의 검술도 진전이 있을게다. 부디 나와의 약속을 잊지 말고 훌륭한 검객이 되거라."

 "사부님 없이 어떻게 그런 검객이 된단 말입니까? 그럴 수 없습니다. 사부님도 저와 같이 피하세요!"

 "닥쳐라! 내 너의 그 우둔함에 이제 진저리가 나니 썩 꺼져라. 마지막 순간까지도 정말 우둔한 녀석이구나."


 "스승과 제자의 도제싸움입니까? 뭐, 저도 한때 당신의 제자였으니 도제싸움이 맞겠네요. 그런데 우린 그렇게 한가하지가 않아서요."

 

순간 우마다의 눈이 번쩍이는 듯 한 느낌이 들더니 한 마리의 야수의 눈을 하고 있었다.

 

 "이만큼 기다려줬으니 어서 당신과 저 녀석을 죽이고 저 내용물을 보아야겠습니다. 사부."


우마다는 살기를 흩뿌리며 우리를 노려보며 말하였다.

대체 이 까짓게 무엇이기에 사부를 죽이면서까지 가져야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


 "너 따위에게 물려줄 건 하나도 없다. 넌 이미 제자로써 실격이야. 파문이다."

 "제자가 아니더라도 물건 이라는건 제 주인을 찾아가야죠. 저런 애송이 실력이 '그것'은 어울리지 않습니다만."

 "이 녀석은 장차 크게 될 검객이다. 너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그런 자질이 있다. 좀 더 멀리 내다 볼 줄은 지금도 모르는구나, 우마다!!"




깊은 산속에 사람의 헐떡이는 소리가 가득하다.

나는 그 이후로 열심히 달렸다. 사부가 원하던 일이다. 처음이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게 부탁하셨다.

자신의 목숨까지 버릴 각오로 부탁하신 일이다. 사부님의 부탁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우선 살아야 한다. 그 일념에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다.

어디까지 달렸는지도 기억이 안 나고 도장의 방향도 알 수 없었다. 사부님을 끝까지 모시지 못한 것이 한이었다.

그렇게 펑펑 울며 난 계속 달렸고, 숨기 좋은 나무뿌리 틈새에 몸을 숨기고 잠이 들었다.


 "으음."

 

나뭇가지와 잎으로 만들어진 은막 사이로 햇빛이 새어 들어온다.

이 햇빛은 은막이 가려주던 아이, 마츠루를 따사로이 감싸 안았다.

하지만 마츠루는 그 빛이 단잠을 방해하자 싫증을 내며 몸부림쳤다.


 "아이씨, 눈부셔."


은막 사이로 햇빛이 새어 들어온다. 전보다 더 강렬하다. 해는 점점 떠오르고 결국 마츠루는 잠에 깨어 일어났다.


 "으, 날 좀 내버려둬.."


언제부터 잠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어나도 잠에서 깬 것 같지가 않다. 

어제의 일은 그저 꿈만 같지만 현실을 직시해야한다.

사부의 마지막 말씀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내 너의 그 우둔함에 이제 진저리가 나니 썩 꺼져라. 마지막 순간까지도 정말 우둔한 녀석이구나.'


내 판단이 빨랐으면 스승님은 죽지 않았을까? 내가 그때 도장으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으면 바로 도망갔더라면 사부님도 피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다 내 탓이다, 내가 사부님을 죽인 거나 마찬가지다. 어쩔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 자신이 밉고 고통스러워서 견딜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한참을 숨죽여 흐느꼈던 난 문득 품속의 무언가가 느껴져 꺼내보았다.


약간 누리끼리한 세월의 때가 묻은 하얀 천조가리였다. 천을 펼쳐보자 어느 지형이 나왔고 먹색과는 다른 식물의 즙으로 그린 듯 한 진한 녹색 선으로 길처럼 표시가 되어 있었다.

스승님이 마지막에 남겨주신 유산이니 무언가 뜻이 있을 것이다. 우선 이걸 찾는 게 먼저다. 복수는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는다. 

주위의 인기척을 살핀 난 은막을 걷어내고 나무에 올라 이 주변이 어딘지 부터 파악하였다.


도장 뒤에 있던, 내가 밥을 하던 냇가의 물줄기는 안보이나 낮은 언덕이 희미하게 보이는 걸로 보아 언덕을 넘어서 쭉 달려왔던 듯싶었다.

이 지도에 따르면 왔던 길을 반 정도 다시 되짚어 가야한다. 가다가 하야오 일당을 마주칠지도 모른다. 그러면 아무 의미가 없이 스승님의 유산으로 추정되는 걸 빼앗기고 나 또한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

우선 이곳에 머물며 정세를 살피며 기회를 노렸다.



스승님의 유산을 찾아 떠난 지 삼년 째다.

다행히도 하야오 일당은 내가 더욱 멀리 도망간 것으로 판단했는지 숨어 지낸지 며칠만에 그들의 발자국으로 추정되는 무리가 멀어져가는 방향으로 찍힌걸 확인하였다.

그리고 이제 저 강을 건너면 목적지에 도달한다.

지도는 한곳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한 곳에 다다르면 다음 지역에 대한 힌트와 금속의 조각을 얻었다. 그것은 열쇠의 조각의 일부로 보였다.

단순히 쪼개진 조각이 아니라, 서로 맞물리게 되어 있는 특이한 구조의 조각이었다. 

조각을 모을 때마다 그곳에는 몇 구절의 문구와 문제가 있었고 그 문제의 해답을 찾아낼 때 마다 나의 실력은 점점 상승하였다.

하지만 그 다음 조각은 예리해진 나의 감으로도 찾기 힘들게끔 숨겨져 있었고 조각을 찾기 위해서라도 나는 수련에 수련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삼년이 지난 지금 사부님의 복수에 대한 생각은 점차 희어졌다. 누가 안배하였는지 모를 금속 조각과 지도를 헤메는 동안의 깨달음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이 수련에 의한 사그라짐인지, 세월에 의한 사그라짐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사부님의 죽음에 대한 한이 삼 년 만에 사그라지리라곤 생각하지 않았고, 점차 수련의 탓이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을 떨쳐냈다. 잡생각은 다른 생각을 방해할 뿐이다. 사부님이 날 이곳으로 보냈다는 건 나의 복수심을 가라앉히고 내 갈 길을 보내주기 위함일지도 모르고 목적지에 하야오가 사부님을 배신한 이유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지막 장소다. 저곳만 가면 모든 이유가 밝혀지겠지.



 "흑윽, 윽. 이깟 것 때문에 사부님이 돌아가신 겁니까? 이것 때문에 당신은 사부를 죽여서라도 가져야만 했단 겁니까?"


동굴 속 거대한 호수 안에서 한 바위 위의 젋은 사내가 울고 있다. 

허리에는 별다른 장식이 없는 와카자시와 카타나를 두르고 있고 검은 무복을 입은 사내다.

그는 자신의 검 외에 거대한 노다치였다. 

노다치 치고는 작은 편이나 노다치가 전체적으로 3척 이상 넘는 걸 감안하면 카타나에 비해 훨씬 긴 장검이었다.

지나친 화려함은 없는 실전에 특화되었지만 검집에 들어있음에도 그 자체에서 강한 기가 뿜어져 나왔다.



난 상당한 명검임을 알 수 있었지만 이 검 때문에 사부와 하야오가 다투고 결국 사부가 죽었다는 생각에 이 도를 부러뜨려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사부는 죽기 직전에도 날 이곳으로 보내셨다. 나에게 이 검을 주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주변을 좀 더 둘러보자 좀 더 건너편에 벽속에 박혀있는 작은 함을 발견하였다.

살짝 살짝 비틀어 꺼내보니 열쇠 구멍이 보였다. 이 동굴을 향해 오면서 조립해 두었던 열쇠를 꽂아 넣어보자 많이 녹이 슬었지만 어느 정도 알맞게 들어가자 잠금 쇠가 하나 걸리는 감촉이 들었다.

비틀어 돌리자 잠금쇠가 돌아가면서 자물쇠는 열리고 그 안에는 몇번 훼손된 페이지를 보수했던 양 새 종이와 낡은 종이가 뒤섞여 누덕거리는 한 서책 두권이 있었다.

서책에는 지금과는 한자가 약간 다르나 마츠루가 알고 있는 글자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와사키 류 도법'


이름으로는 매우 생소했다. 하지만 책을 펼쳐보니 아니었다. 이 도법에는 내가 잘 아는 도법들이 나왔다.

그동안 사부님과의 대련이 떠올랐다. 가르침이 떠올랐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의 깨달음이 떠올랐다.

전부 이 책에 담겨있었다. 내가 배워 온 도법의 이름을 드디어 알 수 있었다.

이와사키류 도법. 그것이 내가 배운 도법이자 나의 사부님의 도법이었다.

첫 번째 책에는 각 도법의 이해에 대해 나와 있었고, 두 번째 책에는 새로운 종류의 도법과 기의 새로운 운용, 도에서 벗어난 글자와 기를 가지고 운용하는 특별한 공방 방법에 대해 나와 있었다.

개중에는 지금의 내 카타나 로는 어려운 기술도 많이 나와 있었다. 이건 마치..


 "노다치..노다와 같은 장도로 가능한 도법이다.."


사부님이 내게 마지막까지 물려주시려 하셨던 도법이다. 두 권의 서책을 잘 갈무리하여 떠나려 했다. 그런데 상자 안에 약간의 틈새가 더 있었다.

와카자시를 뽑아들어 사이에 쑤셔 넣자 천에 둘러싸인 보석 몇 알과 명패, 편지, 작은 책이 한권 더 들어있었다.




 나의 제자, 마츠루 보아라.

 

 마츠루, 니가 이 편지를 보았다는 건 내가 너에게 직접 도법을 전수해주지 못하고 먼저 이곳을 떠났을 거라고 생각한다.

 가능하면 내가 너에게 모든 걸 전수해주고 싶었지만 피치못할 사정으로 전수하지 못하게 될 때를 대비하여 이렇게 편지로 안배를 하였다.

 이 편지를 쓰면서 밖을 바라보니 오늘도 너는 열심히 수련을 하고 있더구나. 비록 검을 쥔지는 두 달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간 열심히 체력을 기른 탓인지 제법이더구나.

 너라면 나의 모든 걸 물려줄 수 있겠다 싶어 편지를 쓴다.


 마츠루, 니가 이곳에 당도하였을 때 내가 너에게 얼마나 가르침을 주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 나라면 이렇게 이야기 했을 게다.


  '바다보다 깊은 심성, 넓은 마음씨, 산처럼 우뚝 선 신념과 하늘처럼 높은 기상을 가진 훌륭한 검객이 되어라.'

 

 이것은 네가 배우고 내가 가르친 이와사키 류의 도법의 정신이다.

 이와사키 류는 본래 어려운 자들을 악한 세력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탄생한 도법이다.

 때로는 적 사이에 파고들이 암살을, 때로는 선봉에 서서 어려운 자들을 보호하는데 앞장서는 도법이다.

 니가 이 편지를 읽고 있다는 것은 편지를 발견하기 전 두 권의 서책과 한 자루의 노다치를 보았을 것이다.

 서책을 보았다면 내가 왜 노다치를 안배해두었는지 알 수 있을게다.

 그 노다치는 이와사키류의 창시자, 이와사키 쇼고가 사용하던 노다치이다.

 그분은 여자임에도 남자에게 굴하지 않는 강한 힘과 정신을 가지고 있었고 그 누구도 여자라고 깔보지 못할 그런 여 장수였다.

 어려운 자들의 행태를 보자 못한 이와사키 장수께서는 자신을 거둔 성주를 떠나 어려운자들의 편에 버티어 서계셨고 그를 따르는 자들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하여 이 도법을 창시하셨다.

 하지만 그분은 한 가정을 구하려다 함정에 되려 죽음을 당하셨고 그분을 기리는 의미로 지금껏 장문인 들은 이 노다치를 보관하고 이 노다치로 약한 자의 편에 서왔다.


 하지만 나의 안목은 잘못되었는지 하야오를 나의 제자로 삼고 후대 장문인 으로 내정하려 한 적이 있었다.

 그 또한 실력이 대단했지만 욕심이 과한 사내였다.

 그 욕심을 본 나는 그를 내정하려 했던 당문인의 자리에서 지웠고 그게 격분하였는지 어느새 만들었는지 모를 세력과 함께 나의 제자들을 몰살시켰다.

 나는 그 와중에 제자들을 살리진 못할 망정 그들의 피하라는 말에 말없이 도망쳤고 그들의 목숨을 장벽삼아 도망쳐 살아 남은게지.

 이제 난 나의 먼저 간 제자들의 곁에 갈 수 있을 거 같구나. 제자들을 어떤 면목으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마츠루, 너를 본 순간 이 아이라면 하는 마지막의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이와사키 류에 먹칠을 한 내 대에서 도법이 끊길 수는 없다는 생각에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너를 내 제자로 받아들인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내가 널 얼마나 가르칠지 모르겠으나 장문인 으로써 걸맞은 검객이 되었기를 바라마.

 나의 죽음은 나의 업보에서 비롯된 것이니 복수는 바라지 않으며 한량한 복수심에 너의 명을 단축하지 말았으면 한다.

 하야오는 비록 다른 제자들을 죽였던 욕심이 많은 사내지만 그럼에도 제자였다는 것 하나만으로 그를 미워할 수가 없었다.


 마츠루, 너의 갈 길을 향해 가거라. 나의 복수는 필요 없다. 오히려 편안히 갔을 거라 생각한다.

 너를 위해 보석을 몇 개 준비해 두었다. 이것을 팔아 너를 필요로 하는 곳에 정착하여 약자들을 도울 수 있기를 바란다.


 너의 앞길에 팔만신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흐윽, 예 사부님. 복수는 생각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안배에 따라 약자를 도우며 약자의 편에서 살아가겠습니다. 당신이 사형들의 앞에서 얼굴을 들 수 있도록 열심히 지켜나가겠습니다."


그렇게 한참 울던 마츠루는 마지막으로 작은 책자를 펼쳐들었다. 


 이와사키 쇼고

 타치바나

 쿠니노미야츠코 사치요

 야마다 켄지

 마츠모토 토마

 마츠모토 코츠키

 요시다 나오키

 우에노 치아키

 모리

 마에다 료코

 우에하라 미사오

 미야츠코 시바

 타카하시 카나타

 마에시로 카즈토

 미야노 마츠히코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이름이 쭉 나열되어 있었고 그 아래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가마모토 겐지로


마지막에 사부님의 이름이 보인다. 이것은 이와사키 류의 역대 장문인의 이름이었던 듯하다. 난 무언가 맹세하듯 나의 손끝을 찔러 피로 나의 이름을 남겼다.


 쿠로츠키 마츠루




 "여, 마츠루. 요즘은 검술 연습 안하나? 하하"

 "이, 입 다물ㅇ.. 우웩"

 "낄낄, 큭. 배에 오를 때만 해도 폼이란 폼은 다잡더니 몰골이 말이 아니고만, 애송이."


저놈의 애꾸눈.. 남은 눈알도 뽑아버릴까 보다, 으아아아.

저 망할 자식은 부두에서 만나 잠깐 이야기를 나눴던 녀석이다.

이름까지는 묻진 못했지만 마음이 좀 맞는 듯 하여 여행 중 좋은 말벗이 될 거 같아 말을 걸었는데

정작 나는 생각지도 못한 일에 뒤통수를 맞고 저 녀석은 나를 한껏 비웃어주고 있었다.


으아아아 그 편지만 아니면 이 배를 탈 리도 없었을 텐데 내가 뱃멀미가 있었을 줄은..으웨엑


그렇게 2년 만에 입항하였던 서역의 대형선은 한참 토악질을 하던 더러운……. 미안.

고통스러워하는 마츠루를 싣고 포말을 일으키며 태평양을 가로질러 서역을 향해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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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01. 모험의 시작.

챕터 01. 산골의 소녀


 지구에는 지금껏 수많은 국가가 탄생하고 사라져왔고 많은 크고 작은 사건들이 발생했으며 이 사건들이 모여 하나의 문명이 탄생하기도 하고 사라져가기도 하였다.

때로는 힘에, 피에 발전을 하기도 하였고 때로는 지력과 땀에 의해 발전을 해왔다. 

서방에서는 많은 분쟁에 크고 작은 국가가 멸하고 새로운 국가가 들어섰으며 철강과 화약, 공격 마법의 기술이 크나큰 발전을 이루었으며 동방에는 네크로맨시와 비슷한 강령술, 음양력, 도력과 같은 특유의 독자적 기술이 발전하였다.

많은 기술의 발전으로 재력과 권력에 의한 체제는 이전보다 순화되고 능력에 의한 힘이 중시가 되어갔다. 많은 국가들은 살아남기 위해 서로 수많은 강자들과 학자들을 끌어들여 힘을 길렀고 분란의 불길은 차차 식어 대륙은 차차 안정에 접어들었다.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가시방석의 안정에.


그런 시기에 동방의 어느 산골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 그녀의 머리와 눈은 동방민족에서도 비교적 진한 흑색의 솜털 같은 머리칼과 깊은 흑색의 눈을 가졌고 피부는 서역의 무역상에 비해서는 많이 떨어지지만 이 역시 동방에서는 보기 드문 희고 고운 피부를 가졌다.


 "축하해요, 예쁜 딸아이가 나왔네! 아이구 고와라"


산모 곁에서 씨를 받아준 노파가 아이를 받아 산모의 남편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하지만 남편은 대답이 없었다. 막 태어난 자신의 딸을 보기에 여념이 없는 듯 딸아이 얼굴 구석구석을 잊지 않으려는 듯 자세히 뚫어져라 보고 있다.


 "어서 애 안 씻기고 뭐합니까. 애기는 앞으로 평생 볼 터인데 어서 산모에게도 보이고 애 씻기고 오세요."


노파의 일침에 남자는 정신을 차리고 멍한 눈으로 자신의 아내를 바라본다.


 "여보, 우리 딸이야, 딸! 으흐흑 드디어 애가 태어났다구. 여보, 고마워!"


남자는 애를 아내에게 보이며 연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아내 역시 소리 없이 흐느끼며 아이를 보고 있다.


 "12신과 신마환계의 축복이 이 아이와 함께하기를……."


노파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방에서 나왔다.


통일력 21년, 동방의 어느 한 산골에서 여러 축복을 받아 여자아이가 태어났는데 그녀의 이름이 바로 민시아.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민시아!!!!!!!"

 "히익!!"

 "이년이? 거기 안서??"


조용하던 산골에 두 여자의 고함소리가 쟁쟁하다.


 "엄마 같으면 서겠어??" 열심히 발을 놀리며 시아가 외친다.

 "아오, 이 써글년이. 니가 그런다고 내가 못 잡을 줄 알아? 집에 오면 보자~앙?" 엄마는 뛰다 지쳤는지 뛰며 들고 온 밀대(라고 쓰고 방망이 라고 읽는다는 속설도)를 팽개치고 근처 바위에 앉아 소리치며 말했다.

 "헤헤 그럼 저녁에 봐요 엄마!" 나이는 비록 열넷이지만 주변에 친구가 없던 나는 나이에 맞지 않은 천진난만함이 짙은 웃음을 지으며 뛰어 도망갔다. 하지만 그 도망은 오래가지 않았다.


무언가 텅 하고 금속에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소녀는


 "악"


하며 뒤로 넘어졌다. 그 소리에 엄마는 재빠르게 다가오다가 부딪힌 대상을 보고는 그 자리에서 멈칫하였다.


 "아돌레스 대주교님.."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내가 부딪힌 사람의 뒤에서 주름이 자자한 하얀색 법복을 입은 한 사제가 나타나며 말하길.


 "소원 신도께서는 그간 강녕하셨소이까? 허허허.."


나는 자신이 부딪힌 성기사로부터 부축을 받으며 일어나던 참이었는데 대주교라는 말에 깜짝 놀라 다시 한 번 넘어질뻔하였다.



 "차린 건 없지만 이거라도 좀 드세요."


엄마 - 소원 - 는 이런 산골에서는 보기 드문 쿠키와 차를 내오며 말했다.

아돌레스 주교가 한입 물자 잠시 후 시아의 아버지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그러니까 오늘 저희 시아를 데려가시겠다, 이겁니까?"

 "그렇소, 민수 신도여. 시아를 데려가 사제로써 키워보려 하외다. 일찍이 시아는 태어나기 전 여러 신들의 축복을 받아서인지 소원 신도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강한 신성력이 느껴졌소. 점차 자아가 성장하며 스스로 힘을 잃어 약해진 건지 신력을 제어하는 법을 가르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대단한 신력이오. 시아는 반드시 사제로써 신들의 의지를 빛내 주어야 할 아이외다."


부모님은 입술을 세게 물거나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었다. 나는 무슨 일인지 잘 알 수 없었지만 자기가 부모님 곁을 떠나야만 한다는 사실 하나는 알 수 있었다.


 "저, 저는 가기 싫어요. 사제가 되기 싫다구요. 계속 엄마 아빠랑 지낼 거란 말예요! 엄마도 뭐라 말 좀 해봐!!"


하지만 엄마는 여전히 묵묵부답일 뿐이었다.


 "시아야, 너는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사제로 내정되어 있던 아이란다. 수많은 신들의 계시를 받고 많은 신교의 주교들이 너를 위해 이곳까지 왔다 갔단다."

 "하, 하지만, 하지만"


나는 울상이 되어 부모님을 바라봤지만 그들은 가만히 숨죽여 눈물만 흘릴 뿐 날 데려가지 못하게 막지는 않았다.


 "어, 엄마.. 아빠.."


나는 뇌까리듯 부모님을 불렀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떠나기 싫었지만 부모님 곁에 계속 있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엄마도 아빠도 도와줄 수 없다 는걸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또 다시는 보기 힘들 거라는 것도 어렴풋이 알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아니 인정하기가 싫었다. 인정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저


 "싫다고! 엄마 아빠랑 나랑 셋이서 늘 같이 살기로 했잖아? 날 외톨이로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 그런데 이게 뭐야.. 지금 가면 나 다시는 엄마도 아빠도 못 볼지도 모르잖아.. 아빠.. 아빠가 그랬잖아? 사제들은 어떻게 되냐고.. 응? 그때 아빠가 그랬잖아.. 자원이 아니라 직접 뽑히는 아이들은

 저 먼 서방에 있는 본당에서 직접 사제수업을 받는다고. 그럼 우리 이제 거의 볼 수 없는 거잖아? 못 보는 거잖아? 응? 응? 나 가기 싫어 아빠.. 엄마 나 가기 싫...!!!"


말이 마저 끝나기 전에 짧은 고음의 소리가 들렸다. 오른쪽 뺨이 얼얼하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엄마의 왼팔이 오른쪽을 향해 있다.. 지금 엄마가 날.. 내 뺨을 때린 거야..?


 "이년이 오냐오냐 키웠더니 버르장머리가 바다로 꺼졌구나. 어린 니가 뭘 안다고 나서는 거냐? 다 너 잘되라고 좋은 사람 되라고 보내는 건데 감사합니다. 하고 다녀와야지. 뭘 가기 싫다고 어리광이야?! 니 나이 이제 열넷이야.. 자기 앞 가림을 스스로 할 줄 알아야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엄마의 눈에서는 눈물이 멈출 줄을 몰랐다. 알고는 있었다. 알고 있었지만 인정하지 싫었을지도 모른다. 꿈이라도 생각하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맞은 뺨이 너무나 아프다. 너무 아파서인지 엄마의 말에 충격을 받아서인지 정신이 그저 멍하다. 모르겠다. 내가 왜 맞아야하는지.

실은 이미 속으로 어느 정도 체념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단 하나의 희망이라도 붙잡고 싶어 매달렸을지도 모른다. 평생에 나를 딱 두 번 때리셨던 어머니다. 산에 불을 지필 뻔 할 때 한번 낮은 나뭇가지에 다리가 꿰뚫렸을 때 한번. 내가 잘못해서 엉뚱한 데에 불을 완전히 지폈다든지 상체에 꿰뚫렸으면

죽을 뻔했던 그런 때에나 날 때리셨던 그런 어머니가 뺨을 내친 것이다. 그것이 신호였을지도 모른다. 난 영혼이 없는 듯 한 눈으로 묵묵히 올라가서 짐을 쌌다. 

그저 모든 걸 체념한 모습으로


 "다녀오겠습니다."


라는 책임질 수 없는 말 한마디를 뇌까리며 집을 나섰다. 떠나는걸 알릴 이웃도 없다. 나는 내내 이 산골에서 부모님과 함께 셋이서 살았을 뿐이다. 내가 떠난다고 슬퍼할 친구나 이웃같은건 처음부터 없었다. 부모님과는 마지막까지 싸웠다. 이제 떠날 일만 남았다.

성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대주교님을 따라 산 아래로 내려갔다. 어느 정도 내려가니 아래에 길이 있었고 약간의 성기사들과 함께 마차가 한 대 서있었다. 이것을 타고 항구까지 갈 예정인거 같다. 이제 이것을 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차에 타기 전 집이 있을법한 곳을 향해

크게 절을 올렸다. 주변사람들은 묵묵히 기다려 줄 뿐이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더 이상 지체하면 주변의 다른 분들만 힘들어질 거란 생각에 다시 일어나 마차에 올라탔다.


 "더 있지 않아도 되겠느냐?"


아돌레스 대주교님이 지나가듯 말하였다.


 "어차피 떠나야 한다면 미련 없이 빨리 떠나는 게 좋아요. 괜히 더 머물고 싶어져서 미련만 키울 뿐이거든요."


사실은 너무 가기 싫다. 지금이라도 마차에서 내려 도망가고 싶지만 내가 태어날 당시부터 신의 사제로 내정되었다면 신의 눈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도망가 봤자 의미가 없다.

마차의 창밖으로 다시 한 번 쳐다볼까 싶어 잠시 멈칫거렸지만 이내 마음을 추슬렀다. 이왕 떠나야 한다면 빨리 떨쳐내는 것이 좋다. 비록 완전히 떨칠 수도 잊을 수도 없겠지만.


 "어서 가면 안 될까요, 대주교님?"

 "허허, 그냥 아돌레스님이라고 부르거라. 자, 가십시다, 막스."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일부러 호칭을 고쳐주시니 조금은 긴장이 풀리는 듯하였다. 이동하는 내내 간간히 내가 사제가 되기 위해 어디를 향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를 좀 여쭤본 기억이 있지만 어느새 잠들어 정신 차려보니 마차에서 내릴 때가 되었다.


 "이런 이런, 꼬마아가씨. 그새 잠드셨군요?"


음.. 아마 아돌레스님이 막스라고 부른 기사님이셨던 것 같다. 뭐 막스님 외엔 이름을 모르지만.. 잠깐 꼬마?


 "흥! 누구보고 꼬마래요? 전 14살 시아라구요 민.시.아! 아무리 성기사님 이시더라도 꼬마라 하시면 용서할 수 없어요!"

 "하하, 열넷이면 아직 꼬마 아닙니까? 제 딸도 열여섯이지만 꼬마라고 부르는걸요?"

 "이, 이익!"


나 참.. 자기 딸도 꼬마라고 한다는데.. 랄까 열여섯이나 되어서 꼬마라 불리는 딸의 정신을 들여다보고 싶단 말이야. 그런데 여긴 어디지?

내가 화를 내려다가 놀라 주변을 돌아보니 막스님은 친절히 설명해주셨다.


 "이곳은 달의 신전 남원 지부입니다. 오늘은 여기서 묵고 갈 겁니다."

 "신전..."

 

신전이란다, 신전. 사제가 될 녀석이 뭐 이리 신기한 듯 하나 해도 어려서부터 산에서 살았단 나로서는 모든 게 신기했다. 책으로 본 것과 실제로 본 것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

건축양식도 많이 다르고 건물 전체에서 빛이 뺨! 하고 나올 거 같았는데 그런 것도 없고.. 에이 다 구라였나.

그래도 신기한건 신기한 거다. "내 생에 이렇게 큰 건물을 볼 날이 그것도 들어올 날이 얼마나 있을까!"


 "앞으로도 이런 건물을 계속 이용하실 건데 벌써 놀라시면 어쩌십니까? 시아님이 가실 대신전은 이보다 더 크다구요?"

 "에엑?!"


이보다 더 크댄다. 지금도 대궐 같은데..


 "게다가 이 신전은 이곳 건축양식대로 만들어서 통상 신전하고도 많이 다르구요. 그래도 기본적으로 모든 신전이 소박하니 그 느낌은 재력의 신 을 제외하고 어느 신전에서도 비슷할 겁니다."

 "재력의 신은 많이 다른가보죠?"

 "아무래도 재력의 신은 돈과 재물을 중요히 여기는 곳. 그곳만큼은 웬만한 왕궁 뭇지 않을겁니다. 오죽하면 대신전의 노란 부분은 금이요, 초목은 에메랄드이며, 창문은 다이아라는 말도 있겠습니까? 하하, 그렇다고 믿지는 마세요. 창문은 크리스탈입니다."

 "헤에.. 그러면 초목은 에메랄드가 맞는다는 뜻?"

 "하하하, 말을 잘하시네요. 설마 초목도 에메랄드겠습니까?"


하긴 재력의 신의 본당이라면 웬만한 본당보다도 어마할거 같은데 그곳의 식물을 다 에메랄드로 꾸며놓으면...윽

손님방은 생각보다 외곽에 있는 건지 내가 아직 정식 사제가 아니라 그런 건지 신전의 외곽에 숙소가 있어 잠깐 사이에 방에 도착하였다.

막스 기사님이 자신의 숙소로 가기 전에 내일 점심이 지나서야 출발할거라고 하시니 푹 쉬어도 될 것 같군.


 "으흐~읏. 아이고, 마차를 타고 왔지만서도 뼈마디가 쑤신다, 쑤셔. 내일 홀리 게이트로 바로 항구로 이동한댔으니까 푹 쉬어볼까."


나는 나의 얼마 안 되는 짐 가방을 침대에 던져놓고 창가로 다가갔다.

내가 마차에서 내릴 때 해가 거뭇거뭇 지려고 하고 있더니 지금은 거의 다 져 붉은 노을이 산 능선을 따라 넓게 퍼져있었다.


 "히야~"


노을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아니 집에서도 노을을 보긴 했지만 이렇게 트인대서 보는 노을과 산속에서 보는 노을은 느낌이 많이 달랐다.


 "멋진데~ 너무 멋지고 아름다워서 눈물이 나는걸.. 나 참 눈물이 이렇게 많았나? 히힛"


나는 분명 노을을 보고 감동했는데 내 볼을 타고 눈물이 하나 둘 흐르고 있었다.

왜지 난 노을이 멋지다고 밖에 생각하지 않았는데.

집따위, 가족 따위. 이제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째서.


 "어째서……. 더 이상 떠올리지 않기로 했는데..흑"


멈추려고 했지만 오히려 눈물은 더욱 흘러내린다.


 "멈춰, 멈추란 말이야, 으흑. 멈춰줘, 제발.."



 "으윽, 아이고, 머리야.."

하도 울었더니 머리가 뽀사질거 같았다. 울다가 잠들면 다음날 또 운다던데(누가?) 그게 이거였나..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창을 보니 해가 아주 중천에 떠있었다. 대충 12시는 넘어간 거 같은데…….12시를 넘어?!

그때, 쾅쾅쾅 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꼬마 아가씨, 어서 일어나세요. 점심은 진작 지났다구요."

 "자, 자, 잠깐만요 머리 좀 빗고요!"


재빠르게 빗을 뽑아들고 머리를 빗어나갔다. 울다가 잠든 덕에 머리가 떡이 되서 잘 빗겨지지 않았지만 내 머리가 어깨정도까지 밖에 오지 않아서 그렇게 오래지 않아 겨우 게이트에 올라탔다.

전에 머리가 나무에 걸린다고 잘라내지 않았으면 머리 빗느라 더 늦었을지도…….


 "허허, 잠을 제대로 못 잤니? 얼굴이 푸석푸석하구나."


헉, 여자의 보물 중 하나가 피부인데.


 "ㅎ,호호호. 아니에요. 푹 잘 잤는걸요."

 "맞습니다. 너무 푹 자서 이렇게 됐죠."


뭣시.. 옆에서 거드는 막스 기사님을 살포시 째려봐주는 걸로 일단 넘어갔다. 제일 급한 건 항구로 출발하는 거니까..


 "그럼 다 오신 거 맞죠? 급하니 일단 게이트를 가동하지만 낮이라서 좀 불안정할 수 있습니다."


낮인 것과 밤인 것이 차이가 있는 건가??

하지만 그 의문을 풀 새도 없이 나는 이미 이동하였다.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한쪽엔 생전 보도 못한 거대한 배가 줄지어 서있고 한쪽엔 나도 몇 번 본 작은 배들이 있었다. 그 배들이 떠있는 물은 파란 물이었는데 아무리 쳐다봐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표면은 반짝이며 빛났고 옆에서는 사람들이 물고기 같은걸 팔고 있었다.

처음 보는 물고기에 물고기가 아닌 신기한 것들도 잔뜩 팔고 있었다.


 "히야~ 호수인가요? 엄청나게 넓네요!"

 "푸하하하하핫. 호수래, 호수!"

 "에?? 왜 웃어요?"

 "푸하하하하. 아이고, 배야. 크크킄."


울상이 되어 물어보지만 왜 아무도 안 알려주는 거냐구.


 "우, 우, 웃지마요. 호수가 아니면 뭔데요? 알려줘야 알거 아냐!"

 "아이고.. 헉, 헉. 웃다가 지치기도 오랜만이네. 저건 바다란다."


막스 성기사님이 고통스런 얼굴을 하며 알려주셨지만 그게 뭐댜;


 "???? 뭐죠, 그게?"

 "……. 어이, 새뮤엘. 세계 지도 좀 가져와봐."


새뮤얼이라는 분이 막스님보다 아래인지 군말 않고 세계지도라는 걸 가져다주었다.


 "자, 봐. 이게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란다."

 "에게. 겨우 이것밖에 안되나요??"


내가 다닌 곳도 엄청 넓은데 이건 너무 작잖은가!


 "이건 한눈에 볼 수 있게 줄여놓은 것이고 실은 엄청나게 크지."


지도에 살짝 점을 찍고 나서 말을 이으셨다.


 "여기 이 점 보이니? 이점이 네가 돌아다녔던 지역 전체일 게다."

 "네에?"


아니 이 작은 게 그 큰 땅이라고라고라? 이게 그 정도면 이 땅들은 대체 얼마나 큰 거야…….


 "크크큭, 역시 놀라는구먼. 그리고 이 커다란 땅들은 주위에 약간 푸른 부분은 전부 물인데 이 물 아래에도 땅이 있지."

 "이렇게 넓은 곳이 다 물이라고요? 세상에.. 그럼 제가 본 저 물이.."

 "그렇지. 저게 바로 여기란다."


그러면서 부산 이라고 쓰여 있는 지역의 물을 짚어주셨다.

내가 보는 게 겨우 이 일부일 뿐이라니.. 이 거대한 물을 호수라고 표현했으니 웃을 만도 하시겠다. 으, 부끄러워..


 "그리고 이 거대한 물을 우리는 바다라고 부른단다. 여기는 물의 특성도 달라서 산속의 호수와는 다른 물고기들이 살고 있지."


아, 그래서 물고기들이 처음 보는 것들뿐이었구나..


 "뭐, 물론 지역에 따라서도 종류가 달라지긴 하지만 말입니다."


옆에서 같이 걷고 있던 성기사님이 이어서 말씀해주셨다.

아마 이름이 새뮤얼이라고 하셨지? 


 "마치 산속에서 산나물이 자라는 위치가 다른 것과 같은 건가요?"


난 역시 천생 산사람이 분명해. 비교를 꼭 산으로 하다니.


 "하하, 역시 산에서만 살아왔다더니 산에 비교를 하는구나?"

 "윽, 저도 아니까 어서 알려줘요!"


풉 하고 웃으시고는 알려주시는데 왜 웃는 거람! 


 "푸흡, 흠흠. 그래, 맞아. 사실 이곳에 있는 해산물들은, 아 바다에서 나는 것들을 해산물이라고 한단다. 여튼, 이것들은 우리도 모르는 게 많아. 여긴 우리 고향도 아니고 우리고 처음 와봤으니까"


이어서 막스 성기사님이 받아서 이야기 해주셨다.


 "알고 있던 거라고 종류가 다양하니까 말이다. 하하"


그러고 보니 버섯도 같은 거라도 이름이 조금씩 다르고 특징도 달랐던 거 같기도 하고.. 윽 또 산에 비유를..


 "아이리스 신전 분들, 이제 출항해야하니 어서 올라타십시오!"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커다란 배에서 우리를 부르고 있다.


 "저 사람은 선원이라고 부르지. 바다를 항해할 때 저 커다란 배를 움직이는데 도움을 준단다."

 "헤에.. 저 배도 결국 사람 힘으로 조정해야하는군요."

 "좋은 배는 자동으로 되지만, 그것도 결국 최종적으로는 사람이 움직여야하니까."

 "그런데 아직 대주교님이 안 오셨는데.. "


대주교님은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구경 다녀오라면서 신전에 볼일을 보러 가셔서 곁에 안 계신다.


 "대주교님은 내가 모시고 오마. 먼저 새뮤엘과 승선하고 있거라."


승선이라는 새로운 단어가 들렸지만 대충 배에 타라는 뜻으로 알아듣고 새뮤엘 기사님과 배에 올랐다.

배에 올라서 보는 경치는 아래에서 보는 경치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마치 산에서 나무를 타 올랐을 때 보던 그런 경치처럼..


 "허허, 시아 먼저 타고 있었구먼. 이제 출발하면 되겠어."


어느새 올라오신 대주교님. 언제오신거지.. 발도 빠르셔라.


 "자. 출발합세, 게일 선장."

 "예, 대주교님."


게일이라고 불린 선장이 대답하였다. 장이 붙은걸 보니 이 배의 대장 같은 거라 여겼다.


 "출항한다! 닻을 올리고 돛을 반만 펼쳐라. 항구를 벗어나면 닻을 전부 펼친다. 망루는 전방의 안전을 확인하고 조타수는 항구를 벗어나면 4시 방향으로 천천히 선회한다."


잠시 후 서서히 배가 출발하였고 항구가 멀어져 감이 눈에 보였다.

결국 난 이 땅을 벗어나게 되었다. 더 이상 부모님을 보기는 힘들겠지 이제.. 이 땅도.. 

점점 멀어져 안 보이는 땅이 마치 내 기억 속에서 과거가 멀어져 가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과거에 대한 추억과 부모님, 앞으로 다가올 미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사이 안개가 끼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제부터 앞날은 내가 개척해 나가야한다. 더 이상 의존할 부모님은 계시지 않는다.

그렇게 배는 항구를 떠나 서방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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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2-20 연재 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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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 그것은 어느 겨울날의

Author : 민시아1(나즈나)

Blog : nazuna.kr

나즈나.한국

나즈나.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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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번째 습작 시작 //-->


프롤로그.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푸른 하늘에 종다리가 하나 둘 삐르르 삐르르 날아오르고 있다. 이 나무 저 나무 옮겨 다니길 몇 번. 나무에서 내려 새하얀 눈이 깔린 밭에 내려 앉아 부리를 쫀다. 제 먹거리를 찾았는지 부리로 하나 떡하니 물었더라.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한지 연신 주변을 돌아보고 있다.

그러던 종다리가 어느 한 곳을 주시하고 있다. 보아하니 밭에 서있던 올망졸망하니 귀엽게 생긴 아이 곁의 식량을 발견했나보다. 먹고는 싶은데 가까이는 못 가겠는지 가만히 보고만 있다.


 "응? 종달새잖아??" 


종다리는 이곳에서 종달새라고도 불리우는 새이다. 흔히 참새라고도 부르는 듯 하지만 그것은 분류의 이름일 뿐..


 "아빠, 여기 종달새가 있어요!"


하며 소녀는 아버지를 찾아 달려간다. 이때다 하고 종달새는 날아와 재빠르게 먹을 것을 캐치, 소녀가 오기 전에 다시 날아갔다. 소녀가 아버지와 함께 돌아왔을 때는 이미 떠난 뒤.


 "아빠 여기 봐봐요.. 어라" 소녀가 종다리가 있던 곳을 바라보지만 떠난 새가 그 자리에 있을 리가. 소녀가 실망하자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은 달래듯이 말한다.

 "하하 종달새가 낯간지러서 그냥 가버렸나 보구나. 이 애비가 무서웠나?"

 "히잉.. 나랑 놀아주면 좋았을 텐데……."


소녀는 많이 실망한 표정이다. 주변에 다른 인가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이곳에서 소녀와 소녀의 가족만 살고 있는 것 같다. 많이 심심했던 때에 종다리가 나타나 기뻤을 소녀는 종다리가 사라지자 실망을 금치 못한다.


 "언니도 이 새를 만나고 있을까요?"


소녀는 아버질 바라보며 물어본다. 여전히 실망한 모습 그대로지만 어쩐지 그런 모습이 소녀를 더 귀엽게 부각시키고 있다.


 "그럼~ 네 언니도 이 종다리를 보며 우리 딸을 생각하고 있을게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마냥 그리워하는 표정이 아니다. 막연히 그리워하는 표정이지만 그보다는 그 그리움에 진한 슬픔이 잠시 묻어나온다. 하지만 소녀는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 말만을 듣고 실망했던 표정을 풀고는 하늘을 향해 외친다.


 "종달새야, 우리 언니에게 안부 전해주렴! 언니 동생 아람이가 부모님 곁에서 잘 크고 있다고! 이제 편식도 안하고 나도 언니처럼 멋진 사람이 되겠다고! 그렇게 전해주렴!"

 "예끼, 욘석아. 그렇게 소리 지르면 동물들에게 민폐에요, 민폐."


딱, 하고 알밤을 맞는 아람이.


 "하, 하지만. 언니에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소식을 전할 방법이 없는걸요.."

 "그렇게 하지 않아도 언니는 아람이에 대해 잘 알 수 있을 거란다. 종달새들이 보고 들은걸 잘 전해줄게야."


소녀의 말을 듣고 때렸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를 해준다. 하지만 슬픔은 여전히 간간히 남아서 나타나고 있다.


 "이만 밥을 먹자꾸나. 오늘은 엄마가 닭고기 스튜를 끓여준다지 않았니? 식기 전에 어여 가자꾸나."

 "아, 맞다, 스튜! 헤헤. 아빠, 어서 와요. 식겠어요."

 "아이고, 아빠 늙어서 빨리 못가, 욘석아. 그렇게 빨리 가면 어뜩하냐."

 "피. 빨리 가자고 한 사람이 누군데 그래요."


아버지는 아람이 에게 끌려가며 너털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하지만 얼굴은 웃고 있지만 눈은 웃지 않는다. 여전히 깊은 슬픔을 간직한 깊이를 알 수 있는 검은 눈.


그것은 어느 겨울날, 한 소녀와 그녀의 친구들이 떠나간 지 3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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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the Only NEET Thing to do. written by 나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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