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팔함 빼면 시체인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활발하게 신전을 거닐었다.
전과는 다른 점이라면 친구가 늘었다는 것?
얼마 전 나는 로조시 아이리스 대신전에 도착하여 수련 사체로써 훈련을 시작하였다.
대주교님이 일부러 멀리서 날 찾아올 정도라서 그런지 수련 사제는 신전에 기도를 올리고 수련사제의 인을 부여 받음으로써 성력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이 성력이 대단하여 아이리스님을 모시는 사제로써 알아야할 지식만 잘 마스터하면 얼마 안가 주교에 오르는 것도 금방이라고 하셨다.
이미 난 성력이 주교 급이라고 하시지만 무턱대고 주교에 올리면 신에 대한 불손함과 주교로써 불명예라나?
여튼 주교에 걸맞은 사제가 되기 위해 나는 다른 수련 사제보다 깊게 공부를 시키셨다.
하지만 내가 누구냐! 잔머리의 민시아란 말씀.
공부라는 걸 내가 제대로 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선 난 성력을 운용하는 법을 열심히 공부하였다.
아직 사용 효율은 좋지 않지만 어느 정도 운용이 가능해진 난 이 성력을 전부 머리에 집중시켰다.
그다음은 뻔한 것 아닌가? 순간적으로 암기시켰지.
너무 치사하다느니 사기라고 하지 말라.
이것도 다 능력인 법이지 엣헴.
예절은 여전히 꽝이지만 세계사나 가르침 정도는 완벽하단 말씀!
하지만 공부를 아무리 하면 뭐하랴! 그만큼 늘어나는데..
친구도 없이 혼자 공부하려니 너무 적적했던 난 성력의 운용을 연습할 겸 다른 사제들과 같이 봉사활동에 참여하겠다고 요청 드렸다.
나의 성력이 아깝게 느껴지신 아돌레스님은 흔쾌히 허락해 주셨고 나는 드디어 신전 밖에 나돌아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축복을 부여하고 병세를 보고 치료를 해주었다.
아이리스님을 모시는 우리들은 본래 치유계와 버프에 특화된 사제들이라 그런지 다른 신전보다 아픈 이들이 많이 모였다.
나의 성력을 열심히 부어가며 다른 도시에 찾아가서라도 그들을 치료했고 처음에는 성력의 운용을 핑계로 바깥세상을 구경할 생각만을 했던 내게 점차 사람들을 도우는 보람과 사명을 가져와 주었다.
"으샤! 오늘도 힘차게! 굳세게! 좋은 아침이에요, 다들!"
오늘도 평소랑 다름없이 구석구석 씻은 난 머리를 대충 말리고 오늘도 신전을 뛰었다.
그리고 오늘도 뛰었다고 꾸지람을 들었다.
"끄우~ 천천히 걷기만 하는 신전은 너무 따분해에~"
오늘은 얼마 전 전염병의 조짐이 보인다는 마을로 파견을 나가기로 하고 난 채비를 마쳤다.
전염병에 특효인 약초 다발 약간과 혹시 모를 외상 치료약이나 기타 상비약들도 챙겨 막 출발하려던 때였다.
'북서쪽에 세계의 운명의 방패를 쥔 자가 왔도다. 그를 맞이하여라.'
이 사실을 수석 사제님께 말씀드렸더니 빠르게 신전으로 들어가셨다.
잠시 뒤 주교님의 명령이 떨어졌고 우리 사제단은 성기사단을 대동한 채 북서쪽의 관도를 타고 빠르게 이동했다.
오랜만에 말을 타고 빠르게 달리게 된 나는 신나있었다. 과연 운명의 방패는 어떤 사람일까?
"히야~ 얼마 만에 달려보는 거야! 휘이호~"
"시아 자매, 속도를 좀 줄이세요!!"
"이잉~ 수석사제니임~ 저는 말 타고 이렇게 빨리 달려보는게 소원이었단 말예요. 오늘만 봐주시면 안 돼요? 네?네?"
"푸흡, 시아야. 그 말 저번에도 하지 않았나?"
"이익, 안젤리나 조용히 있어주면 어디 덧나?"
한창 활기차게 노닥거리며 이동하던 우리는 금속음을 포착하였다.
한 번에 다수의 사람들이 붙은 양 거의 동시에 연달아서 소리가 들려왔다.
언덕을 넘어가려던 무렵 가죽 호구를 장비한 검사가 쓰러지는걸 발견하였다.
그 모습에 무언가 불안을 느낀 난 더욱 말을 재촉하여 우선 그자를 향해 달려갔다.
다른 사제 분들과 기사 분들도 이번엔 아무 말 없이 같이 따라오셨고, 언덕을 넘어 남자를 발견하고 좀 더 올라 반대편이 보이자 우리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진 건 처음이었다.
"흐, 으, 아악"
"꺄아아악!"
이게 다 피다. 이 붉은 것들이..
순간적으로 머리가 핑 돌며 현기증이 올라왔다.
아침에 먹은걸 토해내고 싶을 정도로 속이 메스껍고 뒤집어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생명을 주관하는 여신 아이리스님의 사제.
'악인이고 선인이고 인간의 목숨을 함부로 끊어선 아니 됨'이 교리로 내려오는 교파.
처음 발견한 남자와 더불어 성기사단의 도움 하에 우린 부상자들을 수습하였다.
제일 급해보였던 처음의 그 남자에게 다가간 난, 남자의 상처를 보고 치료부터 시작하였다.
남자의 등에는 엄청난 화살이 박혀있었고 그을리거나 베인 상처도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 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조금만 참으세요. 제가 치료해 드릴 테니 말은 하지 마시고 숨을 놓으시면 안 됩니다!!"
하지만 내 충고는 개똥으로 알아먹었는지 이 남자는 기어코 말을 했다.
"저.. 보ㄷ, 저.. 괜...니 ...보단 저분을 먼저.."
헉헉 거리며 신음을 흘려대며 말할 정도면서 왜 말을 하냔 말이다! 겨우 치료되어가는 상처가 더욱 터져버렸다.
"말 하지 말랬잖아요!? 어서 조용히 해요! 저 여자 분도 치료해드릴 테니 우선 급한 건 당신이라구요?"
하지만 그 말만 하고 기절해버린 모양인지 아무런 대답도 의식도 없었다.
"으흑, 싫어 이런 거……. 죽지 마요 죽으면 안 돼요!"
먼저 난 신체 전체에 성력을 부어 검상에 의한 출혈을 먼저 치료하였다.
치료하면서 분석한 성분을 가지고 성력으로 인공의 피를 만들어 내어 공급하였고, 치료가 다 끝난 난 화살 하나하나를 조금씩 뽑아가며 치료를 수행하였다.
차라리 검에 베인 상처는 성력을 그냥 부어도 되지만, 화살에 의한 치명상은 치료가 힘들다. 자짓하면 피가 솟아날 수 있고 화살촉이 살과 일체가 될 수도 있다.
조금씩 하나하나 화살을 제거해나갔고 나의 이마에는 땀이 맺혔다.
남자와 같이 있던 여자는 펑펑 울면서 남자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봐요. 계속 숨을 쉬세요. 삶을 놓지 말고. 당신의 소중한 저 여자를 위해서라도 사셔야 한다구요! 좀 더 힘을 내!"
눈물이 흐른다. 사실 이 남자는 치료를 마쳐도 살아날지가 미지수였다.
이미 너무 많은 피를 흘렸다. 성력으로 피를 공급했다지만 기본적인 혈액의 생산량이 부족하다면 인공으로 만들어낸 피의 효력이 다하기 전에 죽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치료해온 사람들과는 너무 달랐다.
힘들고 지치지만 당사자는 더욱 고통스러웠을 거란 생각에 나는 정신을 붙잡았다.
이미 다른 사람들은 어느 정도 치료가 끝난 듯 성기사들 품에 신전으로 운송하고 있었다.
남은 사제 분들이 오셔서 작업을 도와주셨다.
마지막으로 그을린 상처들을 치료했지만 최종적으로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는 이 남자의 정신력에 달려있다.
'부디 살아주세요. 당신을 위해서, 당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서. 아이리스님께서 보고 계십니다. 자신의 목숨을 귀히 여기고 힘을 내세요.'
이제야 정신이 든 난 남자와 같이 있던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왜 여자를 먼저 치료해 달라고 하였는지 알 수 있었다.
그 소녀는 팔이 절단되어 있었다. 조금 시일이 지난 듯한, 그렇다고 오래지 않은 절단면이었다. 필시 어떤 팔을 절단해야만 할 사연에 처했으리라.
이 남자는 이 소녀의 팔을 치료하기 위해 보호받기 위해 여기까지 쫓겨 왔을 터다.
그런 남자의 청을 들어주기로 했다.
잘린 팔을 그것도 잘려나간 부위도 없이 치료하는 건 본래 다른 사제들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교파는 생명을 주관하는 여신 아이리스님의 교파. 난 그중에서도 주교급 성력을 가진 사제.
세밀한 성력의 부여량 조절은 힘들지만 그것이 치료를 못하는 건 아니다.
사제의 성법이란 사용해야할 곳에 성력을 보내고 신께 기도를 올린다.
나머지는 신의 뜻에 따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얼마만큼의 성력이 필요할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남은 성력을 다 부어내면 어떻게든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 사람들이 신께서 안배한 우리를 안내한 그자들이라면 신께서도 이 소녀의 팔을 치료해주실 거라 믿으며.
그로부터 며칠이나 지났을까?
무리한 성력의 소모로 며칠간 앓아눕긴 했지만 다른 사제 분들께 조금씩 성력을 나누어 받고 대주교님께 너무 무모했다며 꾸지람을 받고나서야 풀려났다.
그제야 한 사실인데 사제는 성력이 곧 생명력, 성력이 바닥이 나면 자신의 생명력을 갉아먹게 된다고 한다.
성력의 성격은 자신이 모시는 신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본은 생명과의 연관.
사제가 성력을 버리는 때에는 자신의 목숨과 맞바꾸어서라고 구원해야할 대상을 위해 사용한다고 한다.
그런 건 진작 알려주셨어야지. 하마터면 내가 죽을 뻔했잖아? 힝.
며칠간 성력을 회복하며 샤를로트 라는 소녀와 지냈다.
대주교님은 특별히 교황 전하께 허락을 받아 나와 그 소녀를 같은 방에서 지낼 수 있게 해주셨다.
잘려나간 팔이 곧바로 정상적으로 돌아올 순 없기 때문에 난 소녀를 전담하면서 신전을 안내했다.
처음으로 이곳에서 사제가 아니면서 내 또래의 여자 아이를 만나 놀았더니 너무 재밌는 게 아닌가!
동쪽에 있을 때도 혼자뿐이었던 나는 완전 살판이 나는 거다. 으헤헤헤.
하지만 샤를은 나보다 오래도록 같이 있어온 남자 곁에 있어야 할 테다. 그편이 샤를 스스로가 원할 테고 남자분도 눈을 떴을 때 좋을 거 같았다.
그렇다고 같이 놀지 않은 건 아니지만!
전과 다른 점은 병동 근처로 놀이장소가 한정되었다는 점?
오늘도 나는 성력의 도움을 받아 이론을 패스시켰고(슬슬 눈치 채신 기척이지만) 수업이 빨리 끝난 나는 어김없이 병동으로 이동하였다.
하지만 요즘 간호하느라 많이 지쳤는지 샤를은 남자의 팔을 베고 잠이 들어있었고 남자는 깨어나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샤를이 얼마나 열심히 간호했는데 천장이나 쳐다보고 있는거람?흥흥.
비록 샤를은 잠들어 있지만 난 남자와도 대화를 하기 위해 병동 안으로 진입!
"어, 깨어나셨네요?"
나의 목소리에 그 남자는 나를 돌아보았다.
나를 보았으면 대답을 해주어야하는데 아무런 인사도 대답도 없이 나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순간 얼굴이 달아오른 난 마음을 추슬렀다.
흠흠.
"음, 제 얼굴에 뭐라도 묻은 걸까……."
"아, 죄송합니다. 저를 구해주신 사제단 분이시군요. 그 검은 머리칼 덕에 알아봤습니다."
아~ 그런 거였나? 하긴 여기 사람들은 머리카락이 알록달록 다양하고. 검은색이라도 이렇게 검은 경우는 없는 것 같고.
"헤~ 제 머리카락이 좀 특이하긴 하죠? 이 근방에서 검은 머리카락은 매우 귀하다더라고요."
"그야 다들 블론드나 적발과 같은 다양한 색이니까요. 동쪽에서 오셨나봐요?"
"네! 동쪽이 제 고향이에요! 얼마 전에 도착하여 신의 가르침에 대해 수련을 하고 있습니다."
목소리가 매력적인 남자였다. 무언가 울림이 간드러진 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난 사제고 저 남자에겐 샤를이 있는 거 같고~
"잠시 만요. 혹시 수련 사제로 들어오실 때 직접 사제가 되고자 찾아 오신건가요? 아니면 대주교님을 통하여."
음? 그런 건 왜 물어보는지 이해가 안 되네. 말씀드리지 못할 건 없긴 한데.
"음~ 굳이 말하자면 대주교님을 통해서일까.. 네, 아돌레스 대주교님을 따라 사제가 되었습니다."
"그, 그럼 저기, 그, 저.."
"네, 말씀하세요."
"사제님의 성력이 주교급에 달한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혹시 무리한 부탁일지 모르겠사오나.."
혹시 첫 만남 때를 떠올리나 싶어 먼저 궁금해 하는 걸 말씀드렸다.
"여자 분의 팔이라면 이미 치료해드렸습니다."
내 말을 듣자마자 그 남잔 상체를 마저 일으켜 샤를의 오른팔을 확인하더니 감격했는지 눈물을 몇 방울 떨어뜨리는 게 아닌가.
이런 것이 너무 좋고 내 사제로써 삶의 지탱이 된다. 치료를 받고 새 삶을 찾아낸 소식이라던 지 감격하는 모습을 보면 진심으로 다행이라 생각되고 내가 한 일에 보람이 생긴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로요. 이 은혜를 잊지 않을 겁니다. 훗날 꼭 보답하겠습니다!"
"에에..보답이랄 것까지야 없지 않을까요. 본래 이런 일이 제 직업인걸요."
그리고 여러 가지 놀랄 이야기가 오갔다.
샤를이 사실은 한 나라의 공주였다는 것과 반군에 쫓긴다는 점, 그리고 나라를 빼앗기고 다시 되찾을 방법이 거의 없다는 안타까운 일 등..
사람의 욕심이란.. 너무하다.. 미온 왕국이라면 소문으로 몇 번 들어본 적이 있다.
왕가가 권력에 사로잡히지 않고 백성을 위해 정치를 한다는 왕국.
하지만 귀족이라는 자들은 결국 탐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가 생기기 마련인 듯하다.
"흠, 그래서 내가 자네에게 제안을 하나 할까 하네."
"제안이라 하심은……."
"실은 우리 수련 사제와 기사들이 말하기를 자네, 눈에 거의 보이지 않는 속도로 적을 해치웠다지?"
아? 그랬던가? 정신이 없어서 기억이 안 나는데.
"음. 저는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만, 갑자기 제 몸이 매우 가벼워 졌다는 것과 누군가 제 귀를 간질였던 기억은 있습니다."
"오오오오오!!"
뭣시?! 그건 내가 신탁을 들었을 때와 같은 게 아닌가?? 그럼 저 사람도 신의 종이신건가?
"허허, 역시 내 예상대로인가.. 실은 자네가 싸웠던 자들 중 죽은 자는 단 세 명. 아마도 몸이 가벼워지기 전에 베어 넘긴 자들이겠지? 그 이후로 자네에게 공격당한 자들 중 단 한사람도 죽은 자가 없네. 전부 치명상을 비껴나갔어."
히야~ 그 현장에는 나도 가봐서 안다. 엄청난 살육전이었고 실은 세 사람도 치료가 늦어서 죽었을 뿐이다.
여럿이 치고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그 대단한 일을 이 사람 혼자 했다는 건가?
"또 자네가 싸웠던 장소에서는 우리의 신이 계셨던 흔적이 있는 점, 우리는 신탁을 받고 그곳으로 이동하던 차였다는 점. 그 만큼 화살에 꼬챙이가 되고도 갑작스러운 몸의 가벼움과 귓가의 속삭임."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네 목덜미의 아이리스 꽃."
"아이리스 꽃이라뇨?"
아이리스 꽃이라니? 그건 우리의 상징인데??? 하지만 성기사같진 않으신데..
그전에 보통 성기사들은 아이리스 문양이 목덜미에 새겨지나??
하지만 막스나 새뮤엘은 그런걸 못 봤는데 내가 눈치를 못챈건가.. 나중에 확인해보자!
"옆 탁상위의 거울로 한번 확인해보게."
재빨리 옆의 탁상에서 거울을 꺼내든 남자는 목덜미를 확인하고 놀라고 있었다.
나도 같이 확인해봤는데 저 위치는 아무리 봐도 거울을 보면 쉽게 볼 수 있는 위치다.
그런데 본인도 모르던 사실이라니?? 게다가 색깔도 살짝 붉은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저건 그리거나 한 것 같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그 상징은 자네가 신께 선택되었다는 증거. 게다가 주변 상황이 더욱 확신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지. 이에 원한다면 자넬 우리의 성기사로 봉하고 공주마마와 함께 신전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네. 어떻게 하겠는가?"
남자는 잠시 고민하는 듯 했다.
어서! 어서 동의해! 나는 샤를이랑 더 놀고 싶단 말야!
"공주마마는 어떤 식으로 신전에 소속됩니까?"
"신력은 없고 검술을 하는 것도 아니네. 그렇다고 신의 말씀을 배우며 수련하지는 않을 테고 말이야. 자네가 동의한다면 방랑사제로써 소속되겠지. 물론 겉으로 보이는 신분뿐이지만 말일세."
오오?? 샤를도 사제가 되는거에요?
"좋습니다. 아이리스 신전에 들어가겠습니다."
"잘 생각했네, 허허."
만세!!!! 사랑해요 검사님 알라븅 히히히 샤를아 이제 넌 내꺼닷(?)
"정식으로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전' 미온왕국 골든 로드 기사단 볼프강 F. 리벤저라하며, 이분은 미온왕국의 블랑왕가의 차녀 샤를로트 조슈아 드 미온 블랑 되십니다."
"나는 아이리스님을 보필하고 있는 아돌레스 드 아이리스 대주교라 하지."
"전 얼마 전 아돌레스 대주교님을 따라 동방에서 온 수련사제 시아 민이라고 합니다."
잘 지내봐요 볼프강 기사님! 그리고 샤~아~를~!
그 후로 볼프강 기사님은 열심히 재활 치료를 했고 나는 그의 재활치료를 도우랴 샤를의 재활도 도우랴 바빴지만 너무 재밌고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평소라면 다른 사제 분들께 시끄럽게 돌아다니지 말라고 여러 차례 경고를 받았을 테지만 요즘은 그런 경고도 없이 지나가면서 지켜보시거나 살짝 웃어주고 가신다.
볼프강은 22살이라고 한다. 어려서부터 검을 들어 열둘의 나이에 브론즈 기사단의 수련 기사로 왕궁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한다.
왕궁 외곽을 보초하며 교대시간 틈틈이 검술을 연습한 그는 5년 만에 골든 로드 기사단으로 부임되었다고 한다.
검술이라곤 성기사들의 연습밖에 보지 못했던 난 궁금함에 검술을 보여 달랬더니 볼프강 기사님은 몸이 다 나으면 보여주기로 약속하셨다.
어차피 이제 자기는 왕궁 소속이 아니라나 뭐라나 어려운 소리만 잔뜩 했지만 한귀로 흘려보내고 보여준다는 걸로 만족!
수업 시간 외에는 항상 그들과 지냈다.
어느새 난 볼프강을 오빠라고 불렀고 샤를은 날 언니라 불렀다.
볼프강 오빠는 언제나 우리에게 다정했다.
머리도 좋아 체스를 두면 항상 오빠에게 지곤 했다. 그래서 요즘은 아예 오빠에게 체스를 배우고 있다. 열심히 배워서 꼭 오빠를 이길 테니까!
"아, 시간이 다됐네. 오빠, 이만 안녕히 주무세요. 샤를, 가자!"
"응, 언니. 볼프강 경도 푹 쉬시기 바라요!"
다만, 샤를은 여전히 오빠에게 경이라 한다는 것?
"네, 공주님도, 시아도 푹 주무시기 바래."
뭐래 저 애매한 존칭은? 확실히 하라구 확실히!
아! 내일은 어떤 일이 있을까 내일은 좀 더 즐거웠으면!
아니 더 즐거우면 주체 못할지도 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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